15초 만에 Z세대 사로잡은 바이럴재즈…"힙합에 밀렸던 재즈의 화려한 부활" [오현우의 듣는 사람]

입력 2023-02-23 17:13   수정 2023-04-30 18:10

지난 5일 제65회 그래미어워드 수상자가 발표되자 미국의 재즈 음악 온라인 커뮤니티가 한껏 들썩였다. ‘Z세대의 첫 번째 재즈 스타’ 사마라 조이(23)가 그래미의 4대 주요 상 가운데 하나인 최우수 신인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그는 최우수 재즈 보컬상까지 낚아챘다. 사마라 조이뿐만 아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스무살 안팎의 재즈 듀오 ‘도미(22·피아노)&JD 백(19·드럼)’도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힙합과 리듬앤드블루스(R&B)에 밀리던 재즈가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재즈 신예들을 세상이 단숨에 알아차린 배경은 소셜미디어였다. 신인 뮤지션을 양성하던 재즈클럽이 코로나19로 휴업에 들어가자 재능있는 재즈 뮤지션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연주를 했다. 15~30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현란한 기교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틱톡이 키운 재즈 음악가’란 소리가 나온 이유다. 사마라 조이의 성공 코스도 똑같았다. 그는 2021년 페이스북에 짤막한 연습 영상을 올리며 입소문을 탔다. 재즈 명가 버브 음반사는 영상의 주인공 조이와 바로 계약을 맺었다. 이틀 만에 녹음한 음반으로 조이는 그래미어워드를 안았다.

버클리음대를 갓 졸업한 도미&JD 백도 틱톡을 통해 유명해졌다. 이들은 게임 음악부터 힙합까지 모든 멜로디를 재즈로 편곡한 영상을 공개했다. 1990년대 비디오테이프 같은 조악한 화질과 우스꽝스러운 만화 캐릭터를 영상에 넣은 것도 특징이다. 멜로디는 단순하고 템포는 빠르다. 보컬은 오토튠으로 보정했다. 듣다 보면 정통 재즈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 든다.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상주 음악가를 지낸 작곡가이자 재즈 비평가인 비제이 아이어 하버드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바이럴 재즈’라고 불렀다. 바이러스가 퍼지듯 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을 타고 대중에게 스며드는 재즈가 탄생했다는 얘기다. 아이어 교수는 “이런 현상이 이어지다가 일정한 양식을 갖추면 주류 재즈에도 편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통 재즈라고 보기가 어렵다는 인상도 있지만 일단 이들의 실력이 만만찮다. 사마라 조이는 평단에서 전설적인 재즈 디바 엘라 피츠제럴드가 재림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 음악 비평지 피치 포크는 도미&JD 백을 두고 “소울에 록을 재즈와 엮어 부드러우면서도 톡톡 튀는 연주를 선보인다”며 “이렇게 어린 연주자들이 재즈를 제대로 소화하는 걸 보면 감격스러울 정도”라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럴 재즈를 비판하기도 한다. 재즈의 권위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괴짜 같은 옷을 입고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처럼 보이는 연주에 위화감을 느낀 것이다. 30초짜리 연주 영상을 어떻게 재즈로 볼 수 있냐는 독설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주류 재즈에 이미 발을 걸쳤다. 미국 국립예술기금위원회(NEA)로부터 재즈계 최고 영예인 ‘재즈 마스터’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은 도미&JD 백과 함께 ‘달’이란 노래를 녹음했다. 사마라 조이는 올해 뉴욕 재즈 성지인 ‘빌리지 뱅가드’, 세계 최대 재즈 페스티벌 중 하나인 로테르담 북해 재즈 페스티벌 등 월드 투어에 나선다.

바이럴 재즈가 확산한 건 음악 감상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곳에 모여 LP와 CD를 듣던 문화가 이제 사라졌다. 조일동 한국학대학원 문화예술학부장은 “60분짜리 음반 하나를 통째로 듣던 과거와 달리 젊은 세대는 음악을 자기 주도적으로 감상하고 있다”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악구만 편집해서 듣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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